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CBT가 한창이다. 사회과부도를 펼치게 했던 그 게임이다. 코에이라고 하면 '삼국지' 시리즈를 떠올리지만 ‘대항해시대’도 코에이의 작품이다. 코에이하면 비싼 패키지로 유명했는데 90년대 당시 5만원이며 꽤나 큰 돈이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용자들이 게임을 했고, 순위에서 항상 밀리지 않는 저력을 발휘한 작품이 바로 ‘대항해시대’다.
그 인기는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으로 등장했을 때도 사용자들은 아낌없는 관심과 찬사를 보였고, 이번 모바일 버전의 등장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서비스사는 라인게임즈다. 다들 매출을 고집하지만 이 회사는 아직도 매출 보다는 작품성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회사다. 콘솔 게임 패지지를 내는 걸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도 그런 '작품성'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추억도 제대로 살렸고, 최근 유행중인 '뽑기'나 '자동(오토전투)'의 감각도 있는 게임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추억'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항해'다. 유럽을 무대로 시작하는 ‘대항해시대’의 첫 느낌이 비슷하다. 오빠의 죽음을 비밀을 파헤치겠다며 출발하는 여성 장교의 이야기다. 물론 캐릭터는 3명 중에서 선택 가능하니 스토리가 분명 다를 것이다.

출항을 해서 어디로 가라는 미션이 주어지지만 이 게임은 거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무한한 자유도가 ‘대항해시대’의 매력이 아니었던가? 스페인 남단 항구에서 시작, 이탈리아를 지나 지중해를 한바퀴 휘돌고, 북대서양으로 빠져나와 영국 쪽으로 올라가는 길.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아일랜드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데 결국 항구가 없어 식량이 떨어져 '항해 불능' 상태가 됐다. 결국 굶어 죽었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싶다.

아무리 CBT라 해도 그렇지, 항구를 제대로 구현해 놓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다시 확인해 보니 진짜 아일랜드나 영국 좌상 측으로 큰 항구가 보이지 않는다. 진짜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지도를 보니 호랑이 모양이 연상되는 스칸디나비아반도 노르웨이 아래쪽 깊숙한 곳에 있는 항구 오솔로의 위치도 잘 표현했다. 왼쪽으로 크리스티안랜드도 있고, 크고 작은 항구도시들이 보이는데 게임에는 안보인다. 진짜 지도를 이렇게 열심히 비교하게 된다. 이제 사회과부도 대신 구글 지도 펼쳐 놓고 비교하게 된다.


항구를 돌며 식량만 꾸준히 배급할 수 있다면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고, 물건을 싸게 가서 비싸게 파는 교역의 재미도 그대로다. 지나온 항구는 물건들의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데 '1억은 쉽게 벌겠다'는 사용자들의 채팅이 기억에 남는다. 또 거래소에서 NPC가 뭐라고 하는지 꼬부랑 말로 하길래 여관에서 영어를 하는 항해사를 구하고 나니 글자가 제대로 나오는 걸 보고 원작을 제대로 구현했다 싶다.

다음은 자동 전투와 뽑기다. 일단 한번 전투를 익히고 나면 자동으로 전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의 재미는 없다. 영상을 본 사용자들은 '원래 전투가 저랬나'며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결국 전투력 위주가 되다 보니 굳이 수동으로 하지 않는 한 전략 전투의 묘미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뽑기도 마찬가지.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더 높은 등급의 전함을 뽑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 되고 있다. 아무래도 패키지 '‘대항해시대’'에는 없었을 콘텐츠였을 것이다. 최근의 추세와 타협을 한 것이 분명하다.

게임에서는 곳곳에서 3가지 타입 중에서 선택을 할 수가 있는데 항해사의 아이템을 장착할 때도 모험, 전투, 교역 등 자신이 어떤 곳에 더 집중할 것인지 선택할 수가 있다. 따라서 너무 전투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전투가 부족하더라도 돈을 많이 벌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일 수도 있고, 모험가가 되어 동남아시아까지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도 있다.

최근 나오는 게임은 MMORPG를 최고의 가치로 치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그 가치에 새로운 기준을 안겨주는 것 같다. 물론 지금 다시 보면 오리지널 ‘대항해시대’가 더 큰 집중도와 재미를 준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요즘 나오는 게임들과 비교를 해보면 오리진은 게임성이나 독창성 등에서 확실히 상위권에 있다. 삼국지 시리즈와 대등한 위치였던 것처럼 요즘 나오는 MMORPG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재미를 가지고 있다. 한 번 잡으면 1시간은 그냥 지난다. 구름으로 가려진 대륙의 지도를 밝히고자 했던 16세기 탐험가들의 희망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