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6학년쯤인 것 같다. 남들은 태권도를 배울 동안 필자는 유술(柔術)이라는 무술을 배웠다. ‘야와라카이(부드럽다)’라는 의미가 담긴 유술은 유도처럼 낙법도 있었고, 상대를 먼저 공격하기 보다는 맞받아치는 수동적인 형태의 공격이 많았다. 태권도처럼 '학원'이 아닌 '도장'으로 불렸으니 고수가 꽤 많았다. 또래 3명이 대전을 붙었는데 상대를 쓰러트리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대전에 대한 기억은 대전격투게임 '철권'과 '버파(버추어 파이터)'로 이어진다. '철권3'가 유행일 때 게임 사운드 전문가였던 일명 '방돌이'와 밤새도록 철권을 즐겼다. 주 캐릭터는 니나와 브라이언. 나름 '철권' 좀 한다고 해서 잡지사에서 철권 전국 1위 팀을 취재하면서 잠시 대전을 붙어봤다.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10단 콤보에 결국 무너졌지만 한 수 배울 수 있었으니 '영광'이었다.
▲남코 ‘철권3’
'철권'을 하다 '버파'로 넘어오니 컨트롤 방식이 달라 적응이 어려웠다. 하지만 ‘버파’만의 개성은
충분했다. 당시 아키라꼬마가 일본을 휩쓸며 애국심을 자극했고, 객원
기자가 3명 팀을 꾸려 전국 대회에서 3등을 하는 등 사내에서도
버파 열풍이 일었다.
두 게임은 '일'이긴 했지만
초 절정 고수들을 가까이 볼 수 있었기에 팬심을 자극했던 게임이다. 두 게임 모두 워낙 완벽한 게임이었기에
손에 땀이 맺힐 만큼 가득했던 긴장감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세가 ‘버추어파이터3’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모바일에서 철권버파의 느낌이 나는
게임 하나를 발견했다. 모바일용 대전 격투게임 ‘섀도우 파이트
아레나’다. 평점도 4.7점으로
최고점이다. 모바일게임은 롤플레잉 아니면 하이퍼캐주얼, 퍼즐게임, 스포츠게임이 대부분인데 대전 격투 게임 장르는 참으로 오랜만이라 반갑다.
게임을 실행하니 양쪽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2명의 캐릭터가 대전 격투
게임의 UI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선 주먹과 발, 그리고 상하좌우 키패드. 콘솔용 대전격투게임 느낌 그대로다. 조이패드의 느낌을 버추어 키패드로 잘 살릴 수 있을까? 몇 번 해
보니 조이패드 만큼의 현실성은 부족하지만 모바일 게임을 워낙 많이 해서 버추어 키패드가 익숙하다 보니 섀도우 아레나도 전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섀도우 파이트 아레나
튜토리얼을 끝내면 본격적인 대전에 들어서는데 이길 것인가 질 것인가, 긴장감이
흐른다. 실제 사용자들과 대전을 하는 것이라 확실히 잘 하는 사용자들도 있다. 10번 연승 이후 1패를 맛봤다.
이후 2승, 다시 1패...게임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철권버파 못지 않다.
철권버파에서 꽤 유용했던 기술이 방어 공격이다. 바로 공격을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작과 동시에 들어오는 상대를 피하며 한발자국 뒤로 빠지면서 동시에 허를 찌르는 공격이
꽤나 잘 먹혔다.
▲업어치기 기술도 존재한다
‘섀도우 파이트 아레나’에도
이런 기술이 존재했다. 몇 번 먹힐 때도 있었지만 철권버파만큼은 아니다. 상단, 중단, 하단의
개념도 있는 것 같지만 철권버파만큼 정확한 판정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철권버파는 가만히 있으면
방어, 움직이면 공격을 당하지만 섀도우 아레나는 가만히 있는 것은 기본이고, 전후로 움직일 때도 기본 막기가 된다. 공격을 할 때만 공격을 당하는데, 누가 먼저 공격하느냐, 피치(거리가) 되느냐가 관건이 된다.
▲조각을 모아서 영웅을 얻자!
철권버파처럼 10스테이지까지 진행되는 아케이드 모드는 없다. 대전이 전부다. 연승을 거듭하며 포인트를 모아 자신의 아레나 등급을
올려야 한다. 이것이 최종 목표다.
캐릭터는 3종, 긴 창을
든 캐릭터, 맨손 격투형 캐릭터, 쌍칼 캐릭터 이렇게 3명이다. 길이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긴 창을 들고 쨉만 먹여도 괜찮고, 연속기를 먹여도 잘 들어간다. 물론 훈련 모드도 있다. 철권버파에서 10단 콤보를 익혔듯이, 이 게임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연속기를 잘 익혀서 연승을 이어가는가가
게임의 핵심이다.
▲3명의 캐릭터로 태그 매치
물론 철권 버파와 달리 새로운 캐릭터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차이점이고 재미다. 하지만 연패에 늪에 빠진다면 게임의 재미도 끝이다. 따라서 꾸준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게임이다. 철권버파가 그리운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