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 형 박철우 대표, 우 동생 박철승 대표
1996년 PC게임이 한창 여물고 있을 그 무렵, 곳곳에서 PC게임 개발 열풍이 불고 있었다. 당시 한국 게임산업 규모를 다 합쳐도 500억이 안 되던 시절이니 환경은 열악했다.
개발사는 미리내가 유명했고, 유통사는 동서게임채널이 가장 영향력을
떨치고 있을 때였다. 그날이 오면 등 흥행작을 많이 낸 미리내는 서울 홍대역 번듯한 넓은 사무실이었지만 이제 갓 게임을 내기 시작한 개발사였던 드래곤플라이는 서울 변두리 2호선 구의역 근처 2층인가에
사무실이 있었다. 평수도 그렇게 넓지 않았고 환경은 열악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박철승 대표는 개발에
대한 의지로 눈이 빛났다.
소프트액션이 먼저 선보인 횡스크롤 액션에서 막 벋어나 '창세기전' 등 롤플레잉이라는 장르가 고개를 들 무렵이었다. 그 당시 개발하고 있던 것이 '카르마'라는 게임이었다. '업'이라는
뜻이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또렷하다.그것이 기자가 기억하는 약 25년
전 박철승 대표와 드래곤플라이에 대한 기억의 전부다.
박 대표의 그 빛나던 눈은 드래곤플라이를 상장까지 시키며 대한민국 굴지의 게임사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2000년에는 박철우 대표가 합류, 형제는 저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2002년 '카르마'의 패키지게임을 발전시켜 '카르마온라인', '스페셜포스' 등 온라인게임을 내어놓으면서 드래곤플라이는 대박이
났다. 누구도 가지 않던 FPS라는 장르를 가장 먼저 시작했기에
가능했던 성공이었다.
그런데 최근 드래곤플라이의 대표이사가 박철승에서 김재식으로 변경됐다. 기존
대표이사 사임에 따른 신규 대표이사 선임이 이유다. 결국 25년
전 드래곤플라이를 만들었던 박철승 대표가 드래곤플라이를 떠난 것이다.
대표를 맡은 김재식 대표는 업종이 '그 외 기타 의료용 기기 제조업'인 비비비의 부대표다. 게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력이다. 종목 토론실에서는 '상폐(상장폐지)' 우려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플라이 최근 몇년간의 실적이 예사롭지
않다.
지속적인 적자가 시작됐던 2017년
6월 드래곤플라이는 ▲DMC 타워 매각을 통한 사업자금 조성, ▲미래 사업인 AR VR 신사업 집중, ▲경영체제 혁신 등 미래 혁신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박철승 대표는 25년, 박철우 대표는 20년이
넘는 세월이다. 박철우 대표의 근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두 형제가
20년 넘게 애정을 쏟은 회사를 떠나면서 들었을 그 공허함이 느껴진다. 그것이 새로운 시작이겠지만
엑시트가 아닌 적자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넘기고 떠나는 형제의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