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월드 게임을 조금 한다는 사람들에게 가끔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전형적인 유비식 오픈월드’. 넓은 맵에 퀘스트들을 여기저기 뿌려놓고, 비슷한 퀘스트를 반복하게 만드는 것. 그러면서 커다란 상호작용도 없고, 수동적인 플레이가 되는 오픈월드 게임들에게 흔히 하는 말이라고 할까?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다. 그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어쌔신 크리드’였다. 이 게임은 매년 발매됐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 짧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시리즈마다 비슷 비슷한 구성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매년 발매하던 것을 포기하고, 커다란 변화를 준 것이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이었다. 이 게임은 시리즈에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이후 오디세이에 이어 고대신화 시리즈 3번째 게임 발할라가 출시됐다.
▲ 북유럽 특유의 아름다운, 그리고 추운 풍경이 펼쳐진다
▲ 에... 에일로이? 아니 에이보르
이번에 출시된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보기에도 추워 보이는 북유럽, 바이킹을 주인공으로 시작한다. 게임의 배경은 노르웨이 최초의 군주인 하랄드가 즉위한 9세기로, 소수의 바이킹이 잉글랜드로 건너가는 브리튼 침공 시기를 그리고 있다. 게임의 주인공 에이보르도 잉글랜드에 정착하려는 바이킹 중 한 명이다. 이 게임은 시리즈가 다 그렇지만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살던 바이킹 부족이 왜 머나먼 잉글랜드로 정착하려는지 게임 전반에 걸쳐 잘 묘사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스토리는 초반부터 꽤 무겁고 진지하게 흘러간다.
한편 전투 시스템은 곰, 까마귀, 늑대의 길로, 근접무기, 암살, 원거리로 구분되어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게 성장시킬 수 있다. 특히 ‘다크 소울’ 같은 게임처럼 페링이나 회피 등의 액션을 할 때마다 스태미너 게이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소위 무쌍 게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전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이다. 소울류는 한번에 많은 적을 상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게임은 아무래도 여러 적들과 상대하는 경우도 있어 간혹 어울리지 않는 옷이 될 수도 있다. 강력한 바이킹이 전투를 조금 하면 적을 피해 도망다녀야 하니 이미지와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전투를 진행할 때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물론 이 덕분에 학살보다는 암살이라는 ‘어쌔신 크리드’에 더 어울리는 전투가 됐다. 한편 무기는 도끼, 단검, 망치, 창 등 다양하며, 한손 무기, 양손 무기가 존재한다. 나중에는 스킬을 통해 양손 무기를 한손에 들고 싸우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처형 장면을 통해 타격감과 전투가 더 역동적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게임은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며, 논란의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의 검열도 결과적으로는 패치를 통해 해결하게 됐다. 한편 보스와의 전투도 전작에 비해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초반부에 만나는 보스들이 어려운 편이지만 보스의 패턴만 잘 파악하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말이다. 장비 업그레이드 역시 망토, 머리, 갑옷, 장갑, 신발의 방어구와 주무기, 보조무기, 활, 화살통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특히 장비마다 룬 슬롯이 추가되어 룬을 장착하여 추가 능력을 줄 수도 있다. 발할라는 캐릭터 레벨이 삭제되고 스킬 포인트를 통해 전투력이 상승하는 것으로 캐릭터의 강함을 표시해 준다. 또한 스킬은 항상 초기회가 가능해서 잘못 찍었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전투력이나 은신, 원거리 등 서로 다른 스타일로 플레이할 수 있다.
한편 맵은 여전히 제한이 존재한다. 그래서 오픈월드라고는 해도 제한 때문에 모든 지역을 다 돌아다닐 수는 없다. 따라서 본거지를 기점으로 영토를 점령해 나가야 한다. 동맹도 맺고, 마을을 발전시키면서 조금씩 영토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 시점부터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이 대폭 증가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요소들이 계속해서 추가되고,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기도 한다. 각 지역은 초반부터 맵 전체에 퀘스트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지역부터 진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전투력이 높은 지역도 배치되어 있어 한번 진행한 지역이라고 해도 다시 방문을 유도하도록 영리하게 배치했다. 또한 점령해야 할 다양한 지역은저마다 고유의 스토리를 갖고 있고, 약탈지나 요새, 사이드 퀘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해 놓고 있다. 하지만 각 지역마다 비슷한 구성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그다지 중요한 보물이 아닌데 이를 얻기 위해 지하 입구를 찾고, 퍼즐을 풀고 이를 반복하는 것은 게임의 흐름을 해치고 플레이 시간만 늘어나는 느낌을 준다.
▲ 동기화 완료!
단점들은 존재하지만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고, 시리즈의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한 게임이다. 멋진 풍경의 그래픽도 좋고, 캐릭터의 개성, 스토리 라인도 좋다. 하지만 일부 파트는 부족한 부분도 있고 심지어 버그도 존재한다. 스토리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게임 진행과 관계 없이 따로 노는 경우도 있다. 메인 스토리는 약 50시간은 플레이해야 할 정도로 꽤 길고, 여기에 상당부분은 억지로 플레이 타임을 늘려놓은 느낌도 있다. 반면 게임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치는 버그는 계속해서 패치를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으니 완성도는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상당히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오픈월드 게임이라는 점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이 게임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혹은 오픈월드 게임의 팬이라면 결국은 한번쯤은 플레이해 봐야 하는 게임이다. 긴 플레이 타임 덕분에 이번 겨울을 함께 보낼 수 있고, 북유럽의 추워 보이지만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잉글랜드의 멋진 풍경은 보는 즐거움도 극대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