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이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올 한해에도 수많은 게임들이 우리를 즐겁고 기쁘게 했다. 반면 우리를 화나게 한 게임도 있다. 이번에는 올해 여러 사건 사고를 통해 게이머들을 배신하거나 뒷목 잡게 했던 문제의 게임들을 정리해 봤다.
블리자드 맞아? 워크래프트 리포지드
블리자드라는 게이머들이 믿고 구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였다. 이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을 통해 게이머들에 최고의 회사로 평가 받아왔던 블리자드. 하지만 그러한 평가는 이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단 하나의 게임이 30여년간 쌓아온 명성을 무너뜨렸다.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2020년 1윌, 출시되자마자 게이머의 분노의 게이지를 단 번에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 1월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이 게임은 놀랍게도 도저히 블리자드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게임이었다. 수많은 버그와 원작보다도 못한 황당한 그래픽과 연출, 동영상, 그리고 원작보다 퇴보한 게임성 등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블리자드의 대응 역시 사용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환불과 관련해서도 유저들을 제제하는 등 30여년간 쌓아온 블리자드의 좋은 이미지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믿고 사는 블리자드의 게임이란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 30년간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졌다!
아동 게임인줄 알았는데… 아이들 프린세스
모바일 게임 ‘아이들 프린세스’는 아빠가 되어 딸을 키운다는 것으로, 마치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어린이용 게임으로 생각됐다. 실제로 이 게임은 애플 앱스토어는 12세 이용가, 구글 플레이는 15세 등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과도한 노출과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하는 등 논란을 일으켰다. 게임 진행 도중 부적절한 대사와 노출 등으로 인해 이 게임은 결국 개발사의 사과와 함께 게임 등급을 18세로 상향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수정했다. 과거에도 ‘언리쉬드’처럼 아동용 게임처럼 보이나 과도한 노출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게임이 존재했다. 향후 게임을 개발하거나 서비스할 때 이러한 문제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 게임에서 선정성은 항상 조심해야 하는데...
표절도 선을 넘지 말아야… 귀살의 검
유명 작품의 표절은 때로는 커다란 논란을 불러온다. 올해 출시됐던 모바일 게임 ‘귀살의 검’이 바로 그런 사례다.이 게임은 타이틀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는 만화 ‘귀멸의 칼날’과 상당 부분이 유사하다. 타이틀명부터 등장인물의 일러스트, 세계관 등에서 표절을 의심할만한 부분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은 표절 시비로 인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 여기에 게임 플레이도 ‘소드마스터 스토리’의 표절 의혹이 일어났다. ‘소드마스터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 방식부터 UI 등 많은 부분이 비슷했다. 결국 이 게임은 론칭 이후 많은 논란을 일으킨 끝에 출시 6일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 표절이라도 넘지 말아야 하는 정도가 있는 법
2탄은 골프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2
‘라스트 오브 어스 2’는 제작 발표 당시부터 전 세계가 열광했던 게임이다. 전작이 대단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이 게임은 멋진 스토리 텔링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스트 오브 어스 2’는 출시 이후 굉장한 논란에 휩싸이며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동성애 코드와 PC 주의. 그리고 전작의 주인공 조엘의 어이없는 죽음. 애비라는 신규 캐릭터의 강요 등을 통해 팬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열광적이었던 팬들은 이 게임을 2편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게 한다. 물론 이러한 논란과는 별도로 게임 자체로서는 완성도가 높다. 그래픽, 게임 진행 부분의 완성도, 사운드, 연출 등은 모두 완성도가 높고, 그래서 올해의 게임 후보로도 선정되고 있다. 버그나 표절 시비와는 달리 잘 만든, 그러나 막 나간 작가주의로 비난 받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자만에 빠진(?) 작가주의가 스토리를 망친...
의도는 좋았으나 결과는… 웬즈데이
위안부를 게임으로 제작하여 당시 참혹한 상황과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너무 엉성한 게임 구성과 정치적인 논란,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과 국비 지원의 문제점 등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게임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게임은 정의기억연대에게 자문을 받는 등 의도는 좋았으나 게임 제작 도중 발생한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의원의 의혹으로 함께 논란이 됐다. 여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기능성 게임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세금 1억 이상이 지원됐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목표치의 3배를 초과 달성했지만 펀딩 당시 내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너무 엉성한 게임 구성과 잘못된 고증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 의도가 좋았다고 해도 결과물이 이러면...
버그와 사기가 난무하는 사이버펑크 2077
이제 끝판 왕이 등장했다. CDPR은 ‘위쳐 3’의 놀라운 성공 이후 세계적인 게임 회사가 됐고, 친사용자 정책으로 국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리고 공개한지 8년만에 출시한 ‘사이버펑크 2077’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출시됐다. 하지만 이 게임은 출시 이후 굉장한 논란을 불러왔다. 게임 진행이 불가능한 수준의 심각한 버그와 말도 안되는 고사양으로 최적화나 디버깅 작업이 제대로 안됐음을 보여줬다. 또한 오픈월드의 수준을 한차원 높일 것이라는 과거 발언 등은 게임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PC에서는 최고 수준의 사양을 갖춰야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콘솔 게임기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4나 엑스박스 원에서는 도저히 게임 진행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물론 최고 사양의 PC에서도 수많은 버그로 인해 인내하며 게임을 해야 한다. 또한 환불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발생하는 등 이 게임으로 CDPR은 그 좋던 이미지를 완전히 구겨버렸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이 게임을 당분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CDPR은 최적화 작업과 디버깅 작업을 통해 팬들에게 했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한 이미지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 2020년 최대의 논란을 불러온 사이버펑크 2077
이외에도 출시되지 않았지만 논란을 일으킨 게임들은 더 있다. 대표적으로 ‘헤일로 인피니티’ 같은 게임은 엑스박스 시리즈 X의 강력한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처참한 장면들을 보여주며 게이머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됐다. 물론 그 결과 게임기와 동시 출시라는 계획이 취소되고 연기됐으니 팬들에게는 차라리 다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