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출시된 ‘사이버펑크 2077’은 최적화 및 버그 등으로 많은 논란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이버펑크라는 세계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사이버펑크를 찾아보면 꼭 나오는 것이 미국 작가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1984년작)’를 통해 알려졌다는 것과 컴퓨터나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의 첨단과학기술을 통한 근미래 세계, 그리고 현란한 네온사인 간판.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과는 달리 인간성의 상실과 통제받는 세상 등 디스토피아적인 어두운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SF 소설이나 게임, 영화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의 유명 SF 작가 필립 K 딕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와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사이버펑크가 대중화가 됐다. 이 소설 외에도 필립 K. 딕의 원작이 영화로 제작된 것은 너무나 많다. 대표적인 작품만 해도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페이첵’, ‘마이너리티 리포트’, ‘넥스트’ 등이 있고 대부분 사이버펑크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매트릭스’나 ‘인셉션’ ‘아일랜드’, ‘아이 로봇’. ‘레디 플레이어 원’, ‘공각기동대’, ‘알리타’ 같은 영화도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게임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유명한 작품 일부를 골라 봤다.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
‘울티마’와 ‘시스템 쇼크’ 등으로 유명한 워렌 스펙터가 제작한 게임으로, 다양한 자유도를 가진 FPS 형식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전투나 해킹, 혹은 잠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완성도 높은 레벨 디자인을 보여준다. 상업적으로도 성공해서 여러 시리즈가 제작됐는데 그 중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과 ‘데이어스 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퀀틱드림에서 제작한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안드로이드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다만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달리 기본적인 권리가 없어 사람들에게 부당한 피해를 입는다. 이 게임은 인공지능이 자아를 가지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인종차별과 유사한 심각한 소재도 다룬다. 근미래적인 세계관과 암울하고 어두운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했고, 인터랙티브 무비답게 수많은 분기점들이 존재하며, 엔딩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신디케이트
불프로그에서 제작한 고전 게임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바이오칩을 개발을 통해 다국적 기업연합(신디케이트)가 정부를 능가하는 권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를 그리고 있다. 사이보그 등으로 개조된 요원들을 통해 여러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실시간 전략 게임 같지만 액션성도 강하다. 플레이어는 유로코프에 소속되어 자신의 요원들을 관리하며 사람들을 세뇌시키거나 통제하고, 암살해야 한다. 원작은 쿼터뷰 방식의 2D 게임이지만 2012년에 FPS 방식으로 리부트됐다.
▲ 2012년, EA를 통해 FPS로 리부트되어 출시됐다
와치독스
유비소프트가 제작한 ‘와치독스’도 사이버펑크 분위기의 세계관과 설정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게임의 주인공은 스마트폰을 통해 주변의 전자기기를 해킹하는 해커로, 도시 속에 감춰진 비밀 정보를 해킹한다. 이후 청부 업자들이 주인공 에이든을 살해하려다 조카 레나가 사망하는데… 이에 에이든은 자경원으로 활동하며 레나를 살해하고, 자신을 죽이려는 배후를 밝히기 위해 활동한다. 이 게임은 현실 도시에 SF적인 분위기를 가미했고, 오픈월드 게임으로 제작됐다.
스내처
코지마 히데오가 ‘메탈기어’ 이후 1988년에 제작한 고전 어드벤처 게임으로, 영화 ‘블레이드 러너’ 분위기가 느껴진다. 게임 자체는 전형적인 80년대 일본 어드벤처 게임이지만 코지마 히데오 특유의 놀라운 설정과 치밀한 스토리, 반전이 커다란 호평을 받았다. 2042년 네오 코베를 배경으로 주인공 길리언 시드는 바이오로이드 스내처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신입 정커가 되어 활약하게 된다. 이 게임은 PC-8801과 MSX2 등 PC로 출시됐다가 메가 CD, PC 엔진, 새턴, 플레이스테이션으로만 출시됐기 떄문에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 블레이드 러너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스내처
소개한 게임 이외에도 다양한 게임에서 사이버펑크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레이지’나 ‘미러스 엣지’, ‘오버위치’, ‘고스트 러너’ 같은 게임도 사이버펑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사이버펑크 세계관은 세기말적인 어포칼립스 시대와 결합하며, 화려해 보이지만 어두운 인간상. 그리고 인간성 말살과 음모론 등 다양한 요소도 가미할 수 있다. 그래서 게임이나 영화, 소설에서 사용되기 좋은 세계관을 갖고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에는 ‘사이버펑크 2077’과 맞물려 더 많은 게임에서 사용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