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창'이라는 표현이 좀 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책에는 나온다. 김영사가 출시한 '크래프톤웨이'라는 책에는 '시궁창'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사람들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라는 표현이다.

'배틀그라운드'가 뜨기 전, '어쩜 이렇게 지지리도 운이 없을까' 하는 그 느낌. 10시에서 10시까지 영혼을 탈탈 갈아 넣어도 10년동안 히트작 하나 나오지 않았을 때의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큰 기대는 없었다. '크래프톤 연혁을 길게 펼친 도서' 정도로 예상하고 첫 페이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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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막장 드라마 같은 흥미가 생기는 곳은 이 대목이다.

블루홀 대표 김강석은 '테라' OBT를 앞두고 재미없다고 마우스를 내팽겨치는 장면이다. '리니지3'를 만들던 박용현은 자신이 만든 '테라가' 재미있다면서 대립각을 세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편한 진실들이 속속 드러난다. 크래프톤을 미화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막판 김창한이 경영진에 적개심을 불태우며 개발에 매진하는 모습도 나온다. 자신을, 배그를 믿어주지 않아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대한 불평이다.

결론적으로는 모든 것이 잘 됐다.

그러나 장병규 의장을 포함한 창립자 6명이 다 잘됐다면, 테라도 승승장구해서 그 성공이 배그로까지 이어지는 스토리였다면 이 책의 재미는 반감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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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면 떠오르는 장면이나 문구가 있다. 그것은 '운 없음'이다.

배그가 성공했을 무렵, 크래프톤 관계자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했으니, 이런 보상은 당연하다는 내용이다.

크래프톤 10년 역사를 빠르게 훑고 보니, '어려워도 이렇게 어려웠나' 싶다. 그 세월 수백억 원의 사재를 털어가며 버텨온 장병규 의장이 대단하다.

그는 수평적인 사내 구조를 이야기하면서도 언제나 경영진의 입장에서만 얘기하는 부정적인 면으로도 비춰진다. 그럼에도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최종 컨펌을 한 것은 대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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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가 성공하기 직전, 크래프톤 직원 400명 중 200명이 퇴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무렵 장 의장을 버틸 수 있게 했던 힘은 무엇일까? 장 의장도 테라 실패 이후 '더 이상 하기 싫다'는 느낌의 말을 내뱉은 적이 있다.

그 세월을 견뎠기에 배그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고, 배틀로얄 원작자를 데리고 오라 한 것도 장 의장이다.

배그 탄생에 장 의장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다.

스포일 수도 있지만 책의 가장 마지막은 2020년 김창한이 크래프톤의 대표를 맡았다는 내용이다. 장차 김창한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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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은 같은 업종에서 10년 정도는 되야 대박을 터트린다는 것을 잘 입증했다.

크래프톤은 8월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최고'를 외치며, 개발자들에게 미친 듯이 성과급과 최고의 연봉, 최고의 연봉 인상을 진행한 바 있다. 그간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했을까 싶다.

그것은 반대로 개발력의 부재를 의미한다. 크래프톤을 채웠던 개발자는 다 떠났고, 그 자리를 새로운 개발자가 메꾼 형태다.

이제 장 의장은 개발자의 역할을 강조하며 전 사원들에게 메일을 보낼 것이고, 김창한 대표는 자신의 새로운 '배그'에 몰두할 것이다.

크래프톤은 지금 세계를 다 가진 것 같지만, 새로운 포대를 얻었을 뿐이다.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새로움을 채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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