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국내 증시 데뷔를 앞두고 있는 크래프톤은 '대어'급 대접을 받으며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많은 투자자들과 게이머 등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목도가 높은 만큼 크래프톤의 미래 기업 가치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들 또한 나오고 있다. 이는 크래프톤이 내세운 희망 공모가와 관련해서 제기된 의문들이지만 사실 이전에도 개발력과 '배틀그라운드' 단일 게임 의존도에 대한 지적은 항상 있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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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 당면한 과제는 미래 기업 가치에 대한 입증이다. 실제로 최근 한 차례 공모가를 낮췄음에도 여전히 의문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에 대한 설득력을 갖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래 가치에 대한 많은 의구심 속에 크래프톤은 '원 히트 원더'의 오명을 벗고 한국의 ‘블리자드’가 될 수 있을까.

크래프톤이 강조하는 것은 ‘확장성’과 ‘다양성’이다. IP를 사용한 사업 확장성은 크래프톤의 성장 동력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크래프톤은 기업 가치 산정 기준에 넷마블, 엔씨 소프트, 넥슨,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같은 대형 게임사뿐만 아니라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게임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엔터테인먼트까지 IP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IP를 활용한 사업 확장 이전에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은 기존 IP의 지속력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라는 보물을 손에 쥐고 있지만, 게임의 개발과 IP의 생명 유지는 다른 이야기다.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나 라이엇의 ‘리그오브레전드’같이 하나의 소스로 장기간 멀티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그에 맞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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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IP의 지속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배틀그라운드’는 자체적인 e스포츠 리그를 구축하고 있고, PC와 콘솔, 모바일 버전을 모두 서비스 하고 있다. 배그 모바일 같은 경우 메인 마켓인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고, 새롭게 출시될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의 사전 등록자 수는 1천 700만 명을 돌파했다. 더불어 ‘뉴 스테이트’의 북미 알파테스트 반응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 꾸준한 흥행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이런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해 펍지 유니버스를 형성했다. 보통 미국의 마블이나 한국의 슈퍼스트링과 같이 다양한 캐릭터로 확장된 세계관을 유니버스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마블 유니버스처럼 세계관을 견고히 다져놓는다면 언제든 새로운 스토리를 생성해 낼 수 있다.

세계관 확장에 따른 스토리 생성이 쉬워지게 되면 이를 활용한 기존 IP 확장도 쉬워진다. 쉽게 말해 펍지 세계관을 통해 더 많은 스토리와 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배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같은 개념의 신작 개발에도 용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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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제로

펍지 스튜디오에서는 ‘배틀그라운드’의 새로운 맵 출시나 기존 맵 리워크 때마다 그 스토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신규 맵 카라킨과 함께 공개된 모션 코믹스 ‘신부 입장’, 사녹 리워크와 함께 선보인 단편소설 ‘사녹4 사가’를 시작으로 ‘미스터리 언노운과 조나단 프레이크스의 취재보도’와 같은 페이크 다큐는 물론 ‘배틀그라운드’ 세계관 시작의 계기가 담긴 단편 영화 ‘그라운드 제로’까지 공개하며 스토리에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더했다. 단순히 새로운 업데이트로 추가되던 맵을 독자적인 IP로 내세우고 타 배틀로얄과 차별점을 만들었다.

이는 세계관 확장을 동반한 사업적 확장에서 비롯된다. 크래프톤은 자회사 펍지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영상제작사 히든시퀀스에 5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배그 IP를 활용한 드라마·웹 등을 만들어 미디어 콘텐츠로의 영역을 확장하고 신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행보다.

아울러 크래프톤은 지난 3월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e스포츠를 더욱 성장시킬 계획으로 인도의 e스포츠 업체 ‘노드윈 게이밍’에 한화 약 255억 원을 투자했다. 파트너십을 통해 인도의 e스포츠 생태계를 빠르게 발전시키고 인도 유저들에 다가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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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는 이미 201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주관하는 e스포츠 정식종목으로 선정돼 지금까지 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팬들의 성원 아래 매년 글로벌 리그를 진행 중이다. IP의 사업적 확장은 물론 글로벌 유저풀 또한 동시에 유치한 것.

다만 앞서 언급했듯 배틀그라운드 단일 아이피의 한계를 갖는 '원 히터'라는 의견을 고려했을 때 크래프톤의 신작 개발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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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자공시시스템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편중 매출구조의 다변화를 위해 다양한 IP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회사를 ‘펍지, 블루홀, 라이징 윙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의 4개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한데 이어 지난 5월 드림모션을 인수해 5개의 독립 스튜디오를 갖추었다. 각 스튜디오는 다른 장르의 게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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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개발 중이라고 밝힌 신작은 총 13개로 펍지 유니버스를 제외하면 9개다.

이중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은 소설 ‘눈물 마시는 새’ IP를 활용한 ‘프로젝트 윈드리스’정도가 있고 나머지 ‘뉴 스테이트’나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의 주목작은 펍지 유니버스 IP다.

그 외 라이징 윙스와 드림모션이 개발 중인 게임이나 펍지의 ‘썬더 티어 원’같은 경우 장르의 특성상 드라마틱한 반향을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IP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확장성’은 물론이고 새로운 IP 개발에 더욱 힘을 싣는 ‘다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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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다양성에 관해 크래프톤은 앞서 언급했던 투자에 그치지 않았다. 크래프톤은 ‘이루다’의 개발사 스캐터랩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커플 메신저 앱 비트윈을 통째로 인수한데 이어 AI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와 딥러닝 언어모델을 공동개발중이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창한 대표는 “게임의 개념을 확장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답하며 단순 사업 확장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함을 밝혔다.

크래프톤의 핵심 성장 동력은 상장 후에도 여전히 '배틀그라운드'라는 IP다. 크래프톤은 이 '배틀그라운드' IP의 '확장성'과 파이프라인의 '다양성'을 내세우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나 '월트 디즈니'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주목할만 한 성장 동력들을 토대로 미래 기업 가치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꾸준히 입증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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